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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김해빈, 소풍터미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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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빈
기사입력 2019/05/24 [13:14]

 소풍터미널 가는 길


                                          김해빈

 

 

지하철역 3번 출구를 빠져나온 직박구리
안중근 공원 동상에 올라앉아
대한독립만세 외치다가
브라우닝 권총을 물고 하얼빈으로 가려는지
빌렘신부 모시고 여순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려는지
터미널 가는 구름다리 위로 날아오른다
명품가방 명품차를 끌며
그렇게 사람들은
명품의 자유를 향해 날마다 소풍을 간다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거리는 자유로 한껏 부풀어 있는데
하얼빈과 여순을 다녀와
공항 리무진에서 내린 직박구리
창을 닫은 채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자동차와
길 위에 무표정의 사람들 시선을 헤집고
다시 구름다리를 건너온다
어둠이 마지막 기록을 덮어버린
공원 벤치 아래 소풍 고속터미널 불빛을 비켜 날개 꺾인 직박구리 위로
3월의 빗방울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

 

 

김기덕 시인의 시해설/직박구리는 중부 이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지만, 김해빈 시인 자신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나 호국영령들을 의미한다. 부천 시인으로서 부천에 소재한 안중근 공원과 소풍 고속터미널을 배경으로 물질의 풍요 속에서 잊혀져가는 독립정신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브라우닝 권총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등박문(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할 때 사용했던 권총이지만, 여기에서는 빌렘신부 등과 함께 역사의 모든 기록을 의미한다.
빌렘신부는 뤼순에 갇혀있던 안중근을 면회한 뒤, 뮈텔 주교로부터 성무집행 정지를 당하고 추방당하게 된다. 한국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안 빌렘신부는 사형수에게 성사를 거행하기 위해 뤼순감옥으로 갔던 9년 전 자신의 판단과 행동은 정당했다는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그가 면회한 사형수 안 도마(안중근)는 대한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의거를 단행한 천주교 신자였음을 증언하였다.
이 시는 작자가 하얼빈과 여순 감옥을 다녀와 소풍터미널에 내리면서 느낀 안타까운 심정을 묘사한 글이다. 선열의 역사적 진실과 체감하는 후세 현대인들 간에는 아득한 구름다리만이 놓여있다. 그래서 독립만세를 외친 3월의 빗방울은 차가운 눈물로 소리 없이 떨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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